2012. APRIL. Economy 게재된 웨딩인뉴욕 기사. [이색 리뷰]

“결혼도 한 편의 기획이다” 한 편의 콘서트와 같은 ‘하우스 웨딩’의 매력

차고 시린 마음을 녹여줄 생기 넘치는 계절 ‘봄’이 찾아오면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예비 신랑신부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 때쯤이면 그들이 꼭 떠올릴만한 영화 한 편이 있다. 2001년 개봉됐던 영화 ‘웨딩 플래너’는 전형적인 로맨스물이었지만, 내용보다는 오히려 작품 속 여주인공의 직업과 결혼식 관련 이야기가 큰 흥미를 끌었다. 이 작품의 여주인공이었던 제니퍼 로페즈는 고객의 결혼식을 준비 단계부터 예식까지 동행하며 마무리하는 미국 뉴욕의 유명한 ‘웨딩플래너’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개봉 당시만 해도 국내에선 이 직업이 낯설게 여겨졌는데, 예비 신랑신부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하고 개성에 따라 맞춤 결혼식을 제공하는 장면들이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최근엔 영화 속 이야기라 여겼던 뉴욕식 결혼문화와 웨딩플래너의 역할이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새로운 결혼 문화로 떠오르고 있다.

변화해 가는 결혼문화와 웨딩플래너의 역할

우리나라에선 매년 30~35만 커플이 결혼을 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결혼식 관련 지출 비용은 연간 1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수치는 IMF나 재정위기와 같은 어려운 경제여건에서도 크게 위축되지 않고 지속적인 증가세를 거듭했다.

이와 더불어 사회 구조의 변화와 더불어 여성의 사회참여가 늘어나면서 초혼 연령이 높아지는데다 재혼과 연상연하 커플이 늘어난 현실에서, 결혼식 계획에서부터 실행에 이르기까지 이상과 현실 사이의 절충점과 대안을 찾아주는 동반자 역할을 하는 웨딩플래너가 새로운 직업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웨딩 특구라 불릴 만큼 웨딩컨설팅 업체가 넘쳐나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일대를 둘러보면 이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해졌는지를 느낄 수 있다.

일부 예비 신랑신부들은 최적의 결혼식을 선택하기 위해 웨딩박람회를 찾고, 지인의 소개를 통해 직접 발품을 팔거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웨딩컨설팅 업체를 파악하여 웨딩플래너를 선택하는 노력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이렇게 개성 넘치는 결혼식을 꿈꾸는 예비 신랑신부가 늘어나는 반면, 아직도 꿈에 그리던 결혼식이 아닌 평범한 결혼식을 치루는 예비 신랑신부가 더 많다.

이에 대해 작지만 품격 있고 내실 있는 웨딩컨설팅을 추구하고 있는 ‘웨딩인뉴욕 컨설팅’의 김언하 실장(이하 김 실장)은 “결혼은 양쪽 집안의 문화적 차이와 경제적 수준을 고려해야 하는 전통적인 부분이 잔존하고, 당사자들 역시 대부분 바쁜 직장생활에 쫓기거나 정보가 부족한 탓에 꿈에 그리던 결혼식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국식으로 정착해 가는 하우스 웨딩


하지만, 김 실장은 “앞으로의 결혼식은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며, “결혼문화가 다양화되면서 진정으로 축하해 주는 가족과 친구, 지인 등 최소한의 하객만 초대하는 말 그대로 자신의 집에서 하는 듯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하우스 웨딩’과 같은 결혼식이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일반인들이라면, 여기서 의문이 생길 것이다. 만약 영화 ‘웨딩플래너’에서 본 배경처럼 큰 정원이 딸려 있는 대저택에서 화려하게 이루어지는 결혼식이라면, 우리의 현실에서 하우스 웨딩은 대중화되기 보다는 일부 상류층의 이색 결혼식에 그칠 가능성이 더욱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실장은 이런 의문에 대해 “영화 ‘웨딩플래너’에서 선보이는 뉴욕식 하우스 웨딩과 한국식 하우스 웨딩은 현실적인 여건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며, “이로 인해 국내에선 자택처럼 편안하면서도 유사한 분위기를 지닌 최적의 장소를 섭외해서 진행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웨딩플래너들은 하우스웨딩에 가장 적합한 장소로 주로 레스토랑을 선택하는데, 그 기준점으로 “가능한 천장이 높고 시야가 확 트인 곳에 약 100~200명의 하객이 한꺼번에 식사를 할 수 있는 규모의 장소가 필요하다”며 “예식진행 경험이 많은 직원들의 일사불란한 봉사와 음식 맛이 가장 중요한 전제”라고 김 실장은 강조했다.

한 편의 콘서트이자 영화와 같은 감동

이렇게 중요한 장소섭외가 제대로 이루어지면 예비 신랑신부나 가족들의 입장에선 결혼식의 절반은 성공한 셈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후부터이다. 예비 신랑신부와 웨딩플래너는 결혼식 진행에 대한 콘셉트 회의를 심도 있게 나누게 되는데, 이 과정 속에서 단상의 위치, 모양, 플라워 콘셉트, 신부대기실 세팅 등의 세심한 부분을 함께 만들어 가는 일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퍼즐 맞추기와 같은 노력과 정성이 실리고 가족과 같은 마음이 샘솟기 마련이다.

김 실장은 이를 두고 “마치 한 편의 영화나 콘서트를 관람하듯 3시간여 동안 진행되는 결혼식을 준비하고 치르다 보면, 모두가 감동을 나누는 진정한 의미의 결혼식이 완성되는 것을 느끼게 된다”며, “결혼식이 끝난 뒤 신랑 신부와 양가 부모님께 감동의 인사를 받을 때가 웨딩플래너로서의 보람”이라고 표현했다.

최근 하우스 웨딩이 주목받기 시작한 이유는 판에 박힌 축의금 전달과 식사 한 끼를 해결하는 수준의 따분한 통과의례의 의미 보다, 한 편의 연극이나 뮤지컬처럼 주인공인 신랑 신부와 관객인 하객들이 한데 어우러져 즐길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는 결혼식의 새로운 대안이라는 매력 때문이다.

허례허식이 아닌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 함께 예식을 준비하는 과정의 결과물로 완성되는 한 편의 작품과도 같은 ‘하우스 웨딩’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취재·장용준 기자 cyongjoon@